EXHIBITION
늦추위와 눈바람에 주춤거렸던 봄이다.
꽃잎이 젖기보다
눈의 무게에 짓눌리고,
타오르던 불길이 마음에 무게를 얹고,
광장의 소리에 가슴이 아리던 2025년의 봄.
빛깔만 고운 봄이 아니라 마음 다치는 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 하나 발끝에 모으며 거닐고 거니는 봄.
매화도 목단도 폭포 아래 동강할미꽃도 창밖에서보다 먼저 만난 봄이다.
서툴러도 더뎌도 사월의 봄이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사진 찍듯 저장된 기억 속에서 한 움큼의 추억도 같이 꺼내 놓는 전시다.
작가 노트
36개월이 되어가는 이도는 날마다 자아가 더 강해지고, 동생 이재가 생긴 이후로는 불안해하는 모습을 부쩍 자주 보이고 있다. 잘 가지고 놀지 않던 장난감도 동생이 다가가면 소중한 보물이 되어버린다. 내 시선이 조금만 동생에게 돌아가도 금세 나를 붙잡고 관심을 요구한다. "이재만 놀아주지 마요!"
육아 관련 책을 보고 주위의 조언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막상 상황에 닥치면 나도 모르게 이도에게 많은 걸 바라고 있다. "이도야, 그거는 이재가 하고 싶대", "그건 이재꺼잖아!" 나는 어린 이도에게 뾰족한 말을 보낸다.
아이들을 재우고 식기세척기와 빨래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작업실로 출근한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하루를 뒤로하고 다시 붓을 잡으면, 무척이나 반가운 고요한 이 시간에 자꾸만 떠오르는 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다.
옵션은 다르지만 나 역시 사랑받고 싶어 미운 짓 고운 짓 골고루 해대던 아이였다. 하루 종일 내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기죽은 내색 하나 없이 음악만 나오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고, 과자를 먹어도 거울 앞으로 달려가 웃긴 표정으로 상황극을 하며 먹는 이도를 보면 나는 남편을 향해 마른 세수를 하며 말한다.
"나도 어릴 때 저랬어... 기억이 나..."
이도를 통해 다시 마주한 ‘김진주 어린이’ 덕에 이도가 갑자기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으며 떼를 쓰고 징징거려도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쬐끄만한 인간과 신경전을 벌이는 10분 동안 흰머리가 1센티는 자라난 것 같은데, 뽀로로 비타민 한 개로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는 이도를 보면 그동안 뒤끝이 없다며 좋아했던 내 성격도 발로 차주고 싶다. 나는 요즘 이렇게 나의 부족함을 강제로 인정하는 당하는 경험을 하며 살고 있다.
아이들을 통해 ‘어린시절의 나’를 ‘엄마가 된 내’가 마주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이뻐해주기 시작했다. 어린 나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내가 서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으며, 내 안의 긴장과 결핍도 조금씩 옅어져 간다.
오늘도 노력하고 참아내느라 지친 하루를 보낸 모두가 아주 나중에는 안 아까운 날이 없이 늘 꽃밭에서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길. 이때가 생각나면 그리워는 해도 후회는 남지 않도록 사소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지금 우리는 기꺼이 살고 있다.
최정은 초대전 <바다와 자아성찰> 24.9.12~9.28 소유자032024-09-25 |
아일렛솔 초대전 소유자082024-09-19 |
박동진 초대전 <우주 거닐기> 24.8.10~8.23 소유자092024-08-28 |
권기동 초대전 소유자0102024-08-08 |
미앤갤러리 소장품전 소유자0192024-07-20 |
노경화 초대전 <다정함에 관한 단편집> 24.6.21~7.14 소유자0162024-07-12 |
권여현 초대전 소유자0292024-06-11 |
오병욱 초대전 <화가의 정원> 24.4.27 ~ 5.23 관리자0412024-03-21 |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