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작가 노트
“우연인” 偶然因.
‘우연’과 ‘인연’, 가볍게 스치는 결과가 오래 머무는 결이 되고, 조용히 한 줄로 이어지는 말처럼.
이 전시는 ‘우연’과 ‘인연’의 흐름 속에서 삶을 엿보는 여정입니다. 우연히 스쳐 지나간 순간들이 쌓여 하나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고, 때로는 이해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우연으로 나아갑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순간들은, 그 자체로 작은 우연이자, 언젠가는 인연이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콜롬비아의 작은 시골마을 Jardín.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무작정 떠난 여행 속에서 우연히 한 아저씨의 제안에 따라 모퉁이의 한 당구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 그들의 표
정, 그리고 그 안에서 흘러간 시간들이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그 순간들은 처음엔 우연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어느새 인연처럼 다가왔습니다.
우연과 인연, 두 단어는 서로 다르지만, 실은 닮아 있습니다. 모든 인연은 처음엔 우연이었고, 어쩌면 우연은 우리가 도달하는 가장 조용한 방식의 인연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우연과 인연을 나누지만, 그 둘은 천천히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인연이라 믿었던 것이 한 번의 우연일 수도 있고, 우연이라 넘겨버린 장면이 평생을 끌고 가는 인연이 되기
도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 짧은 떨림과 조용한 마주침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 우연을 인연이라 부르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많은 불
가능을 통과한 우연인가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결의 마음. 그것은 기적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소한 우연들의 연쇄였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그 눈길을 놓쳤다
면, 우리는 서로를 모른 채 스쳐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시작은 우연이었고, 그 우연이 서로에게 머물기로 했을 때, 그건 인연이 되었습니다. 우연은 가능성이었고, 인연은 그 가능성을 받아들인 작은 용기였습니다. 그래서 우연은 인연이다. 인연
은 결국 우연이었다.
이 전시는, 그 겹침의 온도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진 속에서 우연과 인연은 흐릿하게 겹치고, 결국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이 사진들은 기록이 아니라, 우
리가 사이에 놓인 조용한 응시입니다. 서로를 몰랐지만, 이 프레임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이 전시는 그 마주침의 의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자, 그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작은 흔적들입니다.
하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길 바랍니다. 우연과 인연의 답은 아마도 영원히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가볍게, 눈과 마음으로 마주해 주세요
전시 소개
이 작업은 조가비에서 받은 영감으로 시작되었다. 단단한 껍데기 안에 연약한 속을 품고 있는 조가비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형태와 자연의 색, 질감을 기물에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고, 그 과정의 흔적들은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모래 같은 바탕, 부드러운 색과 질감, 자연스러운 형태를 통해 조가비가 지닌 고유한 특징을 기물 속에 옮기고자 했다.
완성된 기물이 일상에서 손끝에 닿고 시선에 머무는 순간마다 조가비에서 느꼈던 자연의 기운이 조용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최정은 초대전 <바다와 자아성찰> 24.9.12~9.28 소유자032024-09-25 |
아일렛솔 초대전 소유자082024-09-19 |
박동진 초대전 <우주 거닐기> 24.8.10~8.23 소유자092024-08-28 |
권기동 초대전 소유자0102024-08-08 |
미앤갤러리 소장품전 소유자0192024-07-20 |
노경화 초대전 <다정함에 관한 단편집> 24.6.21~7.14 소유자0162024-07-12 |
권여현 초대전 소유자0292024-06-11 |
오병욱 초대전 <화가의 정원> 24.4.27 ~ 5.23 관리자0412024-03-21 |
글쓰기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카카오 아이디로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