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작가 노트
붓길전은 고교 시절 은사이신 이길룡 선생님과, 그 가르침 아래 동양화를 전공한 두 제자가 2003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전시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각자의 길에서 쌓아온 작업 세계를 ‘붓길’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펼쳐 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제 여든 중반에 접어든 은사님과 칠순을 넘긴 제자들은,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여운과 아쉬움을 담아, 이번 전시를 다시 한 번 열게 되었습니다.
오래 이어진 예술적 인연의 흐름이 이번 전시를 통해 조용한 울림으로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전시 소개
“우연인” 偶然因.
‘우연’과 ‘인연’, 가볍게 스치는 결과가 오래 머무는 결이 되고, 조용히 한 줄로 이어지는 말처럼.
이 전시는 ‘우연’과 ‘인연’의 흐름 속에서 삶을 엿보는 여정입니다. 우연히 스쳐 지나간 순간들이 쌓여 하나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고, 때로는 이해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우연으로 나아갑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순간들은, 그 자체로 작은 우연이자, 언젠가는 인연이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콜롬비아의 작은 시골마을 Jardín.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무작정 떠난 여행 속에서 우연히 한 아저씨의 제안에 따라 모퉁이의 한 당구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 그들의 표
정, 그리고 그 안에서 흘러간 시간들이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그 순간들은 처음엔 우연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어느새 인연처럼 다가왔습니다.
우연과 인연, 두 단어는 서로 다르지만, 실은 닮아 있습니다. 모든 인연은 처음엔 우연이었고, 어쩌면 우연은 우리가 도달하는 가장 조용한 방식의 인연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우연과 인연을 나누지만, 그 둘은 천천히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인연이라 믿었던 것이 한 번의 우연일 수도 있고, 우연이라 넘겨버린 장면이 평생을 끌고 가는 인연이 되기
도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 짧은 떨림과 조용한 마주침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 우연을 인연이라 부르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많은 불
가능을 통과한 우연인가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결의 마음. 그것은 기적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소한 우연들의 연쇄였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그 눈길을 놓쳤다
면, 우리는 서로를 모른 채 스쳐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시작은 우연이었고, 그 우연이 서로에게 머물기로 했을 때, 그건 인연이 되었습니다. 우연은 가능성이었고, 인연은 그 가능성을 받아들인 작은 용기였습니다. 그래서 우연은 인연이다. 인연
은 결국 우연이었다.
이 전시는, 그 겹침의 온도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진 속에서 우연과 인연은 흐릿하게 겹치고, 결국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이 사진들은 기록이 아니라, 우
리가 사이에 놓인 조용한 응시입니다. 서로를 몰랐지만, 이 프레임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이 전시는 그 마주침의 의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자, 그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작은 흔적들입니다.
하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길 바랍니다. 우연과 인연의 답은 아마도 영원히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가볍게, 눈과 마음으로 마주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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