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작가노트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스템은 대게 수직적이고 속도 지향적이다. 사회가 규정하는 ‘성공’이라는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맞춘 화려한 단면들을 쫓으며 살아간다. 이 맹목적인 속도감 속에서 개인의 실존은 타인과의 비교라는 지점 아래 점차 희석되고 소화되지 못한 타자의 시간은 내면의 안온함을 위협하는 불안의 흔적으로 남는다.
나의 작업은 이 견고한 수직적 시스템에서 이탈하여 흩어진 일상의 파편들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일상기록국’이라는 가상의 행정 체계를 통해 거대 담론에 포섭되지 못한 채 휘발되는 비사건적 요소들을 수집하고 분류한다. 효율을 위해 고안된 이 차가운 틀 안에 가장 사적이고 무용한 것을 채워 넣음으로써 시스템에 순응하는 대신 시스템을 이용해 삶을 증명하고자 한다.
화면 위에 석분(돌가루) 물감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행위는 이러한 ‘비사건적 시간’을 물리적 층위로 변주하는 과정이다. 재료의 본연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쌓이고 섞인 끝에 마주하는 화면은 비로소 부드럽고 온화한 빛을 낸다. 이는 고단함과 기쁨이 뒤섞여 결국 고유한 존재를 완성하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물감이 축적되는 시간은 비록 느리고, 무용해 보일지라도 삶의 모든 순간에 불필요한 것은 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호흡을 지켜낸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실존의 기록이다.
이 시각적 재구성을 통해 묻는다. 타인이 정한 수직적 가치를 거부하고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자신만의 테이블 위를 찬찬히 훑고 있다면 그 삶의 의미 그 자체로 완성된 세계가 아닌가.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사소한 순간들이 타인에 의해 평가되는 숫자가 아닌 우리만이 점유할 수 있는 고유한 저장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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